12 / 1 (금) 12월의 독백
저녁스케치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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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오광수 시인의 <12월의 독백>


새해 첫날 365개의 희망을 쥐고 시작했건만,
이제 손에 남은 건 겨우 서른한 개.
여태 뭘 한 거지, 난 대체 왜 이럴까,
자책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요.
아직 올해가 다 끝난 건 아니잖아요.
뒤돌아보지 말고, 다음을 기약하지 말고,
당장은 지금 손에 쥔 것만 바라보기로 해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보는 겁니다.
그럼 분명 희망은 내 편이 되어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