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13 (월) 내일의 나는
저녁스케치
2021.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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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 길고 긴 둑길을 환히 밝히던
황금빛 꽃들이 새카맣게 타버린
늦가을 꽃자리

나는 문득, 어지러웠어
모든 것이, 아름다운 것조차 이리되는 일이
내가 모르는 다른 뜻이 있는 것처럼 보여

누구는 씨앗이 떨어져 다시 산다고 하고
누구는 꽃피는 계절이 꼭 다시 온다고 하지만

한 번 끊어진 길에는
건너갈 돌 하나 놓을 수 없다는 걸
검은 꽃자리들은 이미 알고 있었어

온 세상에
돌아오지 못한 일들이 가득하다는 건
얼마나 가슴 내려앉는 일인지

내일의 나는
아무래도 지금의 내가 아니라고 다짐했어

이인구 시인의 <내일의 나는>


꽃이 진 자리, 단풍이 진 자리만큼이나
텅 빈 마음에 삭풍이 휘몰아칩니다.
‘다시’라는 말이 허망하게 들리고
일어설 힘조차 없을 만큼 지친 요즘이지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시작이 열리듯
내일의 나는 달라질 거라 다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