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 12 (화) 터널
저녁스케치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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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쳐야 할 것과
지나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한 채
그동안 나는 너무 숨차게 달려왔다
어둠의 중심에 이르니
막상 들어와 보니
터널은 그렇게 깊지도 그렇게 눅눅하지도 않다
텅 빈 이곳에는 신기하게도
가늘게 빛나는
아직 달리기를 멈추지 않은 내가 있을 뿐
사실 여기는
내려설 바닥도 천장도 존재하지 않는 곳
절대로 눕지 못할 곳
속도를 줄이긴 했지만
내부를 밝히며 나는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
저 둥글고 눈부신 출구를 향해

장흥진 시인의 <터널>


다 지나갑니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주던 사랑의 시간도,
늪에 빠진 듯 헤어 나올 방법이 없어 보이는 시련의 시간도,
가슴 졸이다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던 눈물의 시간도,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을 걷는 지금도,
우리가 멈춰 서지만 않는다면 결국엔 다 지나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