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 꽃나무를 심는 일은
담 밖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묘목이 자라 첫 꽃을 피운 날처럼
어느 먼 봄날의 햇살에 저의 심장을 터뜨리며
마침내 담 밖으로 꽃을 내밀 때
오고가는 걸음을 꼭 붙잡는 일
그들의 마음 문을 밀고 들어가는 일
담을 넘어 꽃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다
눈보라 치는 겨울을 견디며
그들의 꽃을 기다리게 하는 일
그들의 사계절을 일구게 하는 일이다
집 안에 꽃나무를 심는 일은
담 밖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마음 한쪽에 꽃나무의 묘목을 기르는 일이다
이양희 시인의 <꽃나무를 심다>
마음이 허전할 때는
집안에 꽃나무를 들여 봅니다.
오며가며 마음 붙일 곳이 있어 좋고,
심심할 때 말 붙일 상대가 생겨 좋고,
무엇보다 ‘언제 꽃이 피려나..?’ 하며
기다릴 것이 하나 생겨 좋지요.
꽃나무 한 그루는 삭막한 마음에
한 줄기 푸르름이 되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