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눈이 자주 내린다.
내일 출근길이 걱정되는 나와 달리 아이는 마냥 신이 나는 것 같다.
아이가 하얀 눈 위를 빨간 구두를 신고 걷고 싶다고 했다.
추운 바깥이 싫어 아이만 내보내고 창밖을 바라보다 아이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빨간 구두를 신고 걸으면 어떻게 될까?”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드는 생각이 있다.
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하얀 눈 위를 걸을 때 내 맘속의 감정과 같은 색깔로 한 걸음 한 걸음이 찍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
화가 나서 눈 위를 걸을 땐 빨간색이라든지,
슬퍼서 눈 위를 걸을 땐 회색이라든지,
연인과 설렘으로 걸을 땐 노란색, 핑크색이라든지,
속상하고 힘든 일이 있어 검은색으로 시작한 발걸음이 하~~얀 눈을 밟으며 뽀드득뽀드득 걷다 보면 마음 까지 깨끗해져서 기분 좋은 하늘색 걸음이 된다든지…
감정을 하나의 색깔로 나타낼 수는 없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
달팽이처럼 무엇을 먹었는지 속을 다 보여주는 것 마냥…
내 마음속을 내가 볼 수 있어서 신기할 것 같다.
하얀 눈에 내 발자국을 남길 때마다 눈이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춥다고 창문으로 바라만 보는 눈을 현관문 박차고 뛰쳐나가 아이들처럼 뒹굴며 놀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나를 속상하게 하는 신랑이랑 눈길을 걷다 내 마음이 들킬까 봐 조마조마하기도 하겠지만……
신랑이 좋아하는 노래 신청해도 될까요?
이상은의 “삶은 여행”입니다...

하얀 눈 위의 구두 발자국
김지안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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