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저희집은 부산해집니다.
저희집 애들이 엄마 김장담그는걸 도와주겠다고 오니 말입니다.
하나같이 다들 효자,효녀입니다.
남편이 애들 어릴때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버려
저는 너무나 무섭고 두려웠습니다.
'여보! 아는사람 하나 없는 이 삭막한 서울에서 나는 누구를 의지하고
살아요?
당신믿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아이들만 저한테 맡기고 혼자 눈을 감으면
어떡해요?
일어나요. 여보! 눈 좀 떠봐요.
애들이 눈에 밟히지 않나요? 모진사람!'
한마디 말도 없이 몰인정하게 병상에 누운 남편을 보며 전 눈물로
하소연을 했습니다.
남편과 저!
워낙 가진거 없이 시작했기에 형편이 넉넉치 못했어요.
남편이 많은빚이 있다는 것도 너무 늦게 알았고 저는 남편의 죽음과
빚을 다 떠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섯아이를 데리고 여관을 전전했죠.
언니가 저를 가장 불쌍히 여기고 저를 끔찍히 아껴줬어요.
언니도 원래 인정이 많은 사람이라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해요.
언니가 돈을 더 주는 날에는 전 우리 애들과 따뜻한 찜질방에서 잘 수가
있었죠.
찜질방 주인 아주머니는 젊은 새댁이 참 안됬다고.
남편은 뭐하냐고....
사정얘기를 하면 혀를 끌끌 차셨죠.
제가 안 되 보이셨는지 찜질방 주인아주머니는 먹을거 더 챙겨주시고
돈도 적게 받으셨어요.
어찌나 감사하던지....
애들 둘만 잠시 보육원에 맡긴적이 있는데
애들을 다시 찾는데 무려 십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사는것에 쫓겨 일년에 한 번 보육원에 가면 애들은 훌쩍 자라 있더라고요.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더니 엄마를 보고도
부끄러워하며 보육원 원장님 뒤에 숨는 첫째,둘째가 너무나 불쌍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했죠.
엄마라도 잘 살면 이렇게 우리가족 뿔뿔히 흩어져 안 살아도 되는데..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전 한참을 울었습니다.
원장님도 많이 우셨습니다.
나중에 방한칸짜리 월세방을 구해 애들을 다 데려왔는데
애들은 '엄마! 우리 집이야! 우리도 집 생겼네.
이제 잠자리 구하러 밤늦게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겠다.
엄마! 감사합니다. 너무 행복해요!'
그렇게 말해주는 큰딸이 너무나 고마웠죠.
'엄마! 우리집은 왜 이렇게 작고 초라해?' 그럴줄 알았는데
엄마 마음을 제일 잘 알고 엄마 기분 좋으라고 좋은 말만 해주니.
그래서 엄마 마음을 제일 잘 이해하는 게 딸인가 봅니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인데 우리 애들 그리고 저!
행복한 크리스마스 맞으시라고 박승화 디제이님이
따뜻한 말씀해주세요.
꼭 부탁드립니다.
유리상자 - 순애보

사연과 신청곡..... 내 사랑하는 아들,딸들아!
김영자
2020.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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